먼지 알레르기로 인한 잦은 재채기와 콧물에 시달리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시내에 약을 살겸, 내 하나뿐인 모자를 하킴에게 전도의 목적으로 줘버려서 싸구려 모자도 하나 살겸, 시내로 나갔다. 보다보다(Boda-boda)는 비싸서 덥지만 그냥 마타투를 타고 나갔다.
늘 타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폐차 직전의 차를 아주 요긴하게 잘 타고 다닌다라는 생각들이 늘 내 마음속에 든다. 그렇게 14명 꽉꽉 채워서 에어컨 없는 마타투는 시내로 달린다. 시내로 가는 길에는 많은 교통 경찰들이 있다. 이 곳의 경찰들의 한달 급여는 대략 9~10만 실링, 우리나라돈으로 약 45000원~50000원? 정도다. 그러니 수입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판에 물가가 우리나라랑 비슷한 이 우간다에서 살아남을 수있겠는가?
정식 교통경찰은 이런 폐차직전의 마타투를 골라 잡으며 교통법에 어긋난게 있는지 요리조리 따지고 뒤지고 트집꺼리를 하나씩 잡는다. 그러면, 아주 자연스럽게 마타투 운전수는 돈 20000실링을 꺼내서 준다. 우스게 소리인지 정말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받은 뇌물들로 곧 집도 한채 산다고 그런다. 받는 뇌물들로 한달에 약 300만 실링씩 벌면, 왠만한 우간다 국립대학 교수보다 급여가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 교통법상 마타투는 아무대서나 정차하면 안됀다. 푯말 하나 없지만 정해진 위치에 차를 정차 해야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아무대나 막 세우고 경찰만 안보이면 그냥 법같은것 없이 재멋대로 행동하는 고객만족도 1위의 교통수단이였다. 왜 고객만족도 1위냐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그냥 막 세우면 되니까 고객만족도 1위였다. 이런 문화속에서 마타투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왜 정해진곳에서 세워야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예상했던 일은 오늘 터지고 말았다. 마타투를 타고 시내로 나가면 대략 500~700실링을 준다. 한화로는 250~400원, 만약 내가 20,000원이라는 큰 종이돈을 지불하면 마타투 문지기는 몇 십개의 500원짜리 동전으로 거스름돈을 줄것이다. 그러면 나는 도저히 관리할 엄두가 안나서 식은땀을 줄줄 흘릴것이다. 마침 내 주머니에 작은돈이 있어서 별걱정 안하고 즐겁게 시내로 향하고 있는데, 앞에 앉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현지인 여성이 2만 실링 종이돈을 문지기에게 넘겨주었다. 문지기는 14명의 돈을 모두 받고 거스름돈을 줄 눈치인거 같았다. 아무생각없이 내 일도 아니니까 창밖을 보고 가고있는데, “Parking” 이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만약 경찰이 없는 곳이라면 마타투는 그냥 바로 길가에 세워줬을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경찰들이 너무 많아서 정해진 위치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 여성은 왜 안세워주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문지기는 여기서 세우면 벌금을 내야하니까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했다. 여성은 막무가내로 왜 나의 거스름돈을 주지안냐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소란이 나자 운전수는 교통체증을 핑계로 길가에다가 차를 잠시 정차했다. 2:1의 싸움이였다.
마타투 운전수와 문지기 대 젊은 여성. 바로 뒤에서 실시간 중계를 보고있는 외국인의 입장으로써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리 그래도 여성인데 남자 둘이 문도 닫고 못 나가게 하면서 이래도 되는 상황인지, 나는 지금 누구 편을 들어야할지, 아니면 중립을 지키며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있어야할지 내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펼쳐졌다. 밖에 지나가던 남자 행인은 마타투 문을 강제로 열어서 그녀를 구해주려는 멋진 왕자처럼 굴었고 마타투 문지기는 강한힘으로 조금 열려버린 문을 거세게 닫고있었고, 그 여성은 어떻게든 나가 보려고 항의를 하고있었다.
참 난해한 상황, 마구 잡이로 내리려는 여성의 머리가 마타투문의 반쯤 나왔을때 문지기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문을 닫았다.
어이쿠, 많이 아프겠다. 라는 생각이 맴돌았지만, 다치치는 않고 꿀밤 한대 얻어 맞은 아이처럼 눈가에 눈물을 고이며 현지 말로 뭐라고 계속 항의를 했다. 슬슬 우리의 마타투는 구경꺼리가 되고 많은 군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원참 우간다에 좋은 구경 하나 났구나 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을 때리기 시작했다.
결국 마타투 문지기는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보았는지 그녀를 놔주었다. 거스름돈을 줬는지 안줬는지는 잘 못봤는데, 아마 그녀 성격상 2만원을 다시 가져갔을거 같다. 불쌍한 마타투 아저씨들… 500실링 그 돈 조금 벌겠다고 열심히 일하는데, 돈이 많은척하는 몇몇 현지 여성들에게 무시당하고 자존심에 상처 입는게 안타까워 보였다. 내가 이 곳에서 살면서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간혹 소위 말하는 ‘꼴불견’들이 있다. 그냥 돈이면 다 좋은것 처럼, 돈 많아보이는 무중구들의 모습을 따라하고, 다 싸구려 이상한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명품인척 마치 자기 자신은 우간다 사람이 아닌척하는 꼴불견들이 있다. 주로 현지 여성들이 많이 그런다.
선교사로써 그런 사람들을 꼴불견이라고 생각한 것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쓰지만, 참…. 가만히 보고있으면 재밌다. 돈 많은것 처럼 구는 사람이 마타투타고 쿨한척 도도한 모습으로 주위 현지 남성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일때면 그냥…. 같은 남자로써 한대 쥐어 박아주고 싶기도하고…. 돈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건지 씁쓸해질때가 많다. 옛날 우리나라도 그랬겠지? 라는 생각을 할때면, 하루빨리 이 들의 기독교적인 사회의식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히느낀다. 우리나라 개화기때 선교사들이 한국인을 보았을때 얼마나 답답했을까? 지금처럼 빨리빨리 문화도 없고, 세월아 내월아~ 시간은 흐르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차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와있는 잠깐의 시간동안 내가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해나가야할지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아주 진지한 나날들이 나의 삶속에서 역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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